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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제주도, 강정 마을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by 아프로뒷태 2011. 8. 24.

등록 : 20110824 17:31 | 수정 : 201108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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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시공업체 공사 강행…크레인 위에서 항의중 연행
“크레인 조립시작하자 경찰출동…충돌 미리 야기한 것”

 

»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해군과 시공업체의 공사를 막으려던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과 활동가 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해군과 시공업체의 공사를 막으려던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과 활동가 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24일 오후 2시께 해군과 시공업체 쪽이 서귀포시 강정마을 공사현장에 배치된 대형크레인의 캐터필러(바퀴)를 조립하는 것을 목격한 주민과 활동가들이 크레인과 캐터필러 위로 올라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마을주민 김종환(55)씨 등 주민과 활동가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이어 경찰은 강 회장과 활동가 김아무개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차에 태우고 연행하려 했으나,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차량 앞을 가로막고 거세게 항의했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은 “해군과 공사업체가 크레인 조립을 시도하자마자 곧바로 경찰이 들이닥친 것을 보면 일부러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충돌을 야기하려 한 것”이라며 “경찰이 주민들을 연행해 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해군과 시공업체의 공사를 막으려던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과 활동가 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공사현장 입구와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앞에서 경찰의 연행에 항의하며 대치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 “강정마을 공권력 투입 안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요구하는 천주교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사진)가 22일 오후 “강정마을에 공권력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이날 오후 2시께 광주대교구 소속 신부와 신자 등 50여명과 함께 강정마을 중덕해안가를 방문해 삼거리 농로에서 농성중인 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격려했다.

김 대주교 일행이 방문하기에 앞서 중덕해안에서는 궂은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주민과 신자 등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로 생명평화기원미사가 열렸다.

김 대주교는 이날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형식의 발언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에 제주교구 신부들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데 대해 지역주민들은 물론 전국의 많은 국민들이 고마워하고 성원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정마을은 여전히 긴장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제주교구 신부들이 뜻있는 신자와 주민들의 정신적 버팀목이 돼 더 큰 불행을 막고 있다고 믿는다”며 “(정부는) 공권력을 자제해야 하고 인도적 정신에 따라 (해군기지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여러 차례 평화적 해결을 호소했다. 그는 “생명평화의 가치가 인정되는 결과를 희망한다”며 “폭력은 폭력을 만들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또 “강정마을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생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기원했다.

이날 중덕해안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는 김 대주교 일행과 함께 함세웅 신부, 강정마을에 체류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 등이 함께했다.

이날 김 대주교는 미사가 끝나자 중덕해안과 삼거리 농로를 둘러보며 천막에서 반대운동을 벌이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격려했다.

서귀포/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주 해군기지 반대 ‘평화의 비행기’ 뜬다

등록 : 201108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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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 항공편 단체예약
26일까지 참가자 1차 모집
올레길 걷기·콘서트 마련
날라리 평화유랑단 모집도

 

»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해군기지 공사장 주변의 생태를 설명해주는 “평화를 위한 하루 여행”을 운영하는 제주생태관광과 이매진피스, 곶자왈작은학교 소속 어린이들이 20일 저녁 강정마을에서 일일 평화콘서트를 열고 있다. 서귀포/ 강정마을 미디어팀 고승민씨 제공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희망버스’에 이어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평화의 비행기’가 뜬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1일 “다음달 3일 오후 12시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170석 규모의 티웨이 항공(TW765편)을 예약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순례하는 ‘제주 강정 구럼비 해변으로 가는 평화의 비행기’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주최 쪽은 1차 모집기간인 26일까지 전자우편(peacefly0903@gmail.com)으로 참가신청을 받는다.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성명·주민번호·전자우편주소·전화번호를 보낸 뒤 비행기 삯 6만원을 입금하면 된다. 선착순 모집으로 1차에 170석이 다 차지 않을 경우, 30일까지 2차로 참여자를 모집한다.

행사 당일 프로그램은 오후 4시 ‘제주 올레7코스’를 함께 돌아본 뒤 오후 7시부터는 구럼비 해변에서 열리는 ‘평화 콘서트’에 참가하는 일정이다. ‘평화의 비행기’ 행사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인 ‘강정마을 집중방문’ 기간에 열리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에는 또다른 평화 운동도 펼쳐진다. ‘날라리 평화 유랑단’은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제주에서 평화 순례 홍보 활동을 벌일 예정이며, ‘평화의 비행기’와는 별도로 시민들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는 자본과 권력의 횡포에 맞서 연대의 힘을 보여준 ‘희망버스’처럼, 군함과 대포에 맞서 평화의 힘을 보여줄 비행기를 띄우자는 아이디어에 따라 기획된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이라며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가 강정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해군이 지난달 8일 낸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제주지법의 결정이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공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공권력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갖춰지게 된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는대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편집국에서] ‘평화비행기’ 기다리는 강정 / 손준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는 8월21일 현재 30여명의 ‘뭍에서 온 사람들’이 상시적으로 먹고 잔다. 하룻밤 자고 가는 이들을 보태면 50여명에 이른다. 비닐하우스를 잇대 만든 대형텐트와 개인텐트 20여개가 옹기종기 앉아 있다. 뭍사람 가운데 10여명은 시민단체 활동가고 나머지는 교사·학생·문화예술인 등 보통시민이다.

마을은 아름답지만 살벌하다. 해군기지 예정지인 마을 어귀에서는 경찰 10여명이 출입자의 동태를 살핀다. 지난 14일 뭍에서 온 경찰병력 320여명 중 270여명이 섬을 떠났지만 같은 날 160명이 뭍에서 들어와 마을에 배치됐다. 공권력 투입설은 꼬리를 문다.

처음 찾는 이들은 멈칫거리며 두려워한다. 하지만 마을과 구럼비 해안을 둘러보고는 ‘이렇게 그림 같은 마을에 군함과 대포가 들어선다니 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마을이 포함된 제주 올레 7코스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다.

50일째 강정마을을 지키는 뭍사람 오두희씨는 21일 “주민들의 위기감이 점점 커진다”며 “뭍사람들의 연대의 손길이 더욱 간절하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오씨는 마을의 재정사업을 전담하는 강정평화상단 활동가다. 강정평화상단은 주민들의 힘겨운 싸움을 돕기 위해 전복·고등어·참조기 등을 판다. 오씨가 감독한 장편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지난해 디엠제트(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주민들은 지난 4월 문정현 신부에게 “강정을 한번 방문해 달라”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정부 등 외부에서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을 대놓고 비난하던 때였다. 주민들은 특히 김진숙씨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요구 농성과 희망버스 운동을 무척 부러워했다. 오씨는 도움을 기다리는 ‘섬’의 절절한 바람을 ‘뭍’에 전했다. ‘뭍’의 단체들도 기꺼이 도우러 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버스’에 이어 ‘평화의 비행기’가 간다. 다음달 3일 김포공항발 제주행 항공편으로 170명이 강정마을을 찾는다. 희망버스가 자본·권력의 횡포에 맞서 ‘소금꽃’을 피워냈다면, 평화의 비행기는 군함·대포 대신 ‘평화꽃’을 피워낼 것을 목표로 한다. 희망버스를 통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철회를 촉구했다면, 평화의 비행기를 통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널리 알릴 계획이다. 실제 2007년 4월 주민 1050명 중 87명만 참여한 투표에서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다. 같은해 8월 725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반대 680표로 뒤집혔지만, 기지 건설은 강행됐다.

평화의 비행기 순례단 기획에 참여한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21일 “공권력 투입 등으로 강정마을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지 않도록 뭍사람들이 함께 응원하는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강정평화상단의 오두희 활동가는 평화의 비행기의 의미를 몇 가지 꼽았다. 첫째, 아름다운 제주 올레길을 걷는 것. 둘째, 문화제를 즐기는 것. 마지막으로, 연날리기·사진촬영 등 행사를 통해 평화를 느끼는 것. 평화의 비행기 순례가 과연 해군기지를 막고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난 4년간의 투쟁으로 절망에 빠져들던 주민들은 지난 3월 도법 스님이 이 마을에서 생명평화순례를 시작하면서 점차 분위기가 바뀌었다. 동참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들 때문에 비로소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평화의 비행기 순례단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의혹 등 해군기지 건설의 실상도 보여줄 계획이다.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해군기지 저지 강정마을 돕자’
제주 ‘평화버스’ 부르릉

등록 : 2011081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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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2동 156명 발기인 나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평화버스’가 뜬다.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위한 제주시 일도2동 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대원 등 7명)는 18일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들에게 연대와 지지의 뜻을 보내고 격려하기 위해 오는 27일 ‘평화버스’를 타고 강정마을에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도2동 평화버스 발기인들은 이날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해군기지가 이제는 제주섬 전체를 갈등과 불신, 반목과 대립의 사회로 병들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평화버스 취지를 밝혔다. 발기인으로는 자영업자, 가톨릭 신자, 직장인 등 156명이 나섰다.

이들은 “정부와 해군은 처음부터 경제논리와 안보논리로 제주 도민의 여론을 현혹시켜왔으며, 일방적으로 추진해왔다”며 “우리 동네에서부터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주민들에게 알리려고 모임을 꾸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강정마을로 가는 정기적인 ‘평화버스’를 운행하면서 동네 주민과의 간담회, 상가 방문 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점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1차 일도2동 평화버스는 오는 25일까지 주민들의 신청을 받는다.

평화버스를 구상한 대책위원회 고용빈 총무는 “4년 넘게 싸워온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를 격려하고 지지를 보내기 위해 평화버스를 계획하게 됐다”며 “발기인을 100명쯤 예상했는데 일주일 만에 156명이 참여할 만큼 열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평화버스가 제주 안팎의 다른 지역으로도 번질지 주목된다.

대책위 현순옥(59·여) 공동대표는 “몇 년 전부터 제주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한 보도를 보면서 관심이 있었는데 평화버스가 간다고 해서 참여했다”며 “가톨릭 신자로서 강정마을 중덕해안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 참가한 뒤로 방관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동대표 김대원(42)씨는 “제주 해군기지는 강정마을 문제만이 아니라 제주도 전체의 문제이고 우리나라의 문제”라며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평화버스 운동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강정마을서 출판기념회 연 문정현 신부

등록 : 201108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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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투입 가능성에 못떠나”

 

» 문정현 신부
문정현(사진) 신부의 삶을 다룬 <길 위의 신부 문정현-다시 길을 떠나다>(도서출판 낮은산)의 출판기념회가 17일 ‘길 위’에서 열렸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농성 열기가 뜨거운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으로 통하는 삼거리 농로. 책을 쓴 작가 김중미씨를 비롯해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문 신부의 책 출판을 축하하러 모였다.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느라 긴장으로 이어진 나날이지만 이날 만큼은 흥겨운 평화축제로 이어졌다.

문 신부는 “애초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하자고 했는데 이곳에 언제 공권력이 투입될지 모르고, 투입되면 주민들이 당하는 데 강정마을을 떠날 수도 없고 해서 이곳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게 됐다”며 “그러다보니 희한한 거리 출판기념회가 됐다”며 웃었다.

이 책은 지난해 <한겨레> ‘길을 찾아서’에 연재한 문 신부의 생애를 바탕삼아 작가 김씨가 4년 전부터 구술받아온 삶의 궤적을 모아 풀어쓴 것이다. 책에는 신부가 되는 과정과 사회참여 과정, 매향리와 대추리, 부안, 용산 남일당에서 싸워온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겼다.

강정마을회의 마을방송을 듣고 농사일을 마친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매향리 폭격장 폐쇄를 이끌었던 전만규 위원장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여럿이 찾았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고 고마워했다.

주민들의 흥겨운 어깨춤과 민중가수들의 노래 공연, 시낭송 등으로 밤이 깊어갔다. 지난 6월 말 주소를 강정마을로 옮긴 문 신부는 여전히 길 위에 있었다.

서귀포/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주 투입 ‘수도권 경찰’ 당분간 철수 안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농성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제주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경기지역 경찰력의 제주 체류가 길어질 전망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7일 제주 해군기지 반대 농성 현장 주변에 배치됐던 제주도 내 경찰들이 근무에 어려움을 겪고 추석이 다가옴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지원된 경찰들로 대체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7일부터 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주변과 현장 경비 근무에 제주지역 경찰력을 투입해왔다.

서울·경기경찰청 소속 경찰들은 18일 제주에서 철수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제주경찰과 경비근무를 교대함에 따라 제주 체류가 상당기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지난 14일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3개 중대와 경기경찰청 여경 기동대 등 320여명, 시위진압 차량 등을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 경비를 위해 제주로 파견해, “해군기지 반대 농성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하려 한다”는 주민들과 야당·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곽승근 제주경찰청 경비과장은 “서귀포경찰서에 일반 직원들로 구성된 1개 중대가 있지만 최근 여러 차례 집회 경비에 동원됐고 사무실 근무도 겸하고 있어 피로가 누적됐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육지에서 온 경찰은 교대 근무를 위해 체류할 뿐이지 다른 뜻은 없다”며 “공사 재개 움직임도 없고 따라서 공권력 투입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육지 경찰들의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육지 경찰의 철수와 공권력 투입 계획 철회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5당 제주도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해군기지 사업지 안에 있는 강정마을회 소유의 강정포구 컨테이너 등 시설물들을 15일 양수받아 관리하고 있다”며 “해군이나 경찰이 이를 훼손할 경우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경찰병력 증강배치 ‘비상상황’
제주 주민들 “토벌대냐” 격앙

 

공권력 투입 임박 제주 강정마을 가보니
“해군기지 평화적 해결을”
야5당·시민단체 등 촉구

 

»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가 15일 오전 서울·경기지역 경찰들이 묵고 있는 서귀포시 안덕면 ㅇ리조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즉각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66주년 광복절인 15일 낮 12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의 중심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가로 통하는 길목인 농로 삼거리는 평온했지만 무거운 공기가 짓누르는 듯했다.

전날인 14일 오후 서울과 경기지역 경찰 600여명과 물대포차 3대, 최루탄 발사기가 장착된 시위진압차량 10대 등이 대거 제주에 배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삼거리로 속속 몰려들었다.

주민들은 물론 그동안 중덕해안가에서 천막을 치고 반대운동을 벌여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농로 삼거리로 이동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은 삼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통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삼거리는 제주올레 7코스가 지나는 길목이어서 이날도 방학과 연휴를 맞아 올레길 걷기에 나선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2시께, 신체 건장한 청년 4~5명이 나타나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막아섰다. 이들은 관광객이라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경찰로 밝혀져 삼거리를 지나지 못한 채 되돌아가야 했다.


» 주민 강성보(65)씨
강정마을 내 경찰 병력은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입구 쪽과 마을 내 농로 입구, 그리고 강정포구 쪽에 10여명 단위로 무리를 지어 지키고 있었으나 큰 이동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천주교 제주교구도 ‘비상상황’에 들어갔다. 제주교구는 이날부터 2박3일 동안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1시간 단위로 사제들이 번갈아가며 밤샘 미사를 올리기로 했다. 제주교구 사제들이 교대로 릴레이 미사를 지내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수녀와 신자들도 함께 할 예정이다.

다른 지방 경찰이 진압장비와 함께 제주에 배치됐다는 것 자체가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는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는 이날 오전 11시40분 다른 지방 경찰이 머물고 있는 안덕면 ㅇ리조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강정마을 주민들의 절박함에서도 묻어났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4·3희생자 유족인 주민 강성보(65·사진)씨는 “4·3 때도 많은 양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는데 이번에 다시 공권력이 투입되면 주민들의 희생이 우려된다”며 “제발 우리를 평화롭게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강씨의 부친은 4·3 때인 1948년 영문도 모른 채 5년형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 간 뒤 행방불명됐다. 그의 나이 2살 때였다.

이날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맨위 사진)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을 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온 육지부의 경찰 병력은 토벌대나 다름없다”며, 이들의 철수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4·3의 아픔이 치유되지도 않은 상황인데 이번 공권력 투입은 또다시 큰 불상사를 부를 것”이라며 “육지부에서 파견된 경찰력은 즉각 철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과 경기지역 경찰차 차량.
제주도의회 등도 이날 긴박하게 움직였다. 문대림 의장과 오영훈 운영위원장은 이날 오전 신용선 제주경찰청장을 만나 강정마을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자제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와 함께 문 의장은 ‘강정마을 공권력 투입 임박에 따른 입장’을 발표해 “공권력 투입은 결코 바람직한 갈등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며 공권력 투입 움직임에 강하게 반대했다.

지역구 출신 강창일·김우남·김재윤 의원과 야 5당도 이날 긴급 성명을 내, 경찰 병력 투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제주경찰청은 이날 육지부 경찰의 제주 파견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 “해군이 해군기지 부지 내 시설보호를 요청하고, 곧 재개될 해군기지 공사 때 반대단체의 업무방해 행위에 대한 의법처리를 요청함에 따라 불법행위가 일어난다면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왜냐면] 희열과 고통 사이 / 강영

 

 

강영 소설가·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나는 늦깎이, 뭐든지 늦었다. 늦은 것 중에서 깨달음이 가장 문제다. 깨달음이 늦으니 매사가 섣부르다. 요 며칠간 이 때문에 희열과 고통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두어 주 전에 지방 일간지에 칼럼을 썼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냈다. 평소엔 그곳에 군기지는 안 된다는 쪽이었다. 강정에 군기지라니! 칼럼을 쓰기 직전 객관성을 확보한다고 남편과 의논했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고향인 목포에 해군기지가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논거를 들이대며 보호논리를 폈다. 나는 목포에 지금까지 아무 피해가 없다는 데에 솔깃해져서 강정마을 군기지 건설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쪽으로 칼럼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무책임한 짓이었다.

내 원고가 지면에 그대로 실리고 나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짜증을 처치하지 못하면 일상은 아주 쉽게 합병증을 일으킨다. 정직하게 의견을 말한 죄 없는 남편에게 시비를 걸고 애들한테도 버럭 화를 냈다. 가족 전부가 짜증합병증을 앓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옳지 않은 마음과 행동 때문이라는 걸 몰랐다.

내가 합병증의 원인을 명징하게 깨달은 건 2차·3차 희망버스 문화제에 참석하면서였다. 특히 2차 때의 깨달음인데 ‘내가 행복하다’는 그 명확한 사실이었다. 나는 행복하다고 외치면서 많이 울었다. 3차 때처럼 일부러 숨죽여 울 필요도 없었다. 밤새 내리는 빗소리가 내 울음과 외침을 숨겨 품어주었기 때문이다. 살다 살다 그렇게 끈질기게 내리는 비는 생전 처음이다. 다행히 우산을 챙겨갔기에 그것에 의지해서 아스팔트에 앉아 젖으며 밤을 새웠다. 그런데도 행복하던 거였다.

1차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간다고 할 때만 해도 귓등으로 흘리던 내가 2차에서나마 귀담아 들을 수 있었고 드디어 참여할 수 있었던 건 한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내 작은 움직임이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그 놀라운 사실이었다. 내가 실제로 사람을 살리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니. 신났다! 내가 살려야 할 사람이 누군가 자세히 알아봤더니 알아볼수록 귀한 사람이라. 자신만이 잘살아야겠다고 난리법석이 난 이 판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허술한 보따리에 속옷 싸듯 싸서 언제든지 동료를 살릴 수만 있다면 ‘던져뿌리께’ 하며 쇳덩어리 탑에 냉큼 올라간 사람이었다. 이 무슨 천연기념물도 아니고. 그 사람이 쇳덩어리에서 방실방실 웃는 걸 사진으로나마 보자면 진짜 행복하더라. 행복해서, 행복해서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울고 있다.

3차 때는 불행히도 비가 오지 않아 나는 숨죽여, 소리 죽여 울 수밖에 없었다. 평소 존경해온 흰옷을 즐겨 입는 분의 말씀을 좀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 맨 앞에 앉았기 때문에 혹시 내 울음소리가 연설을 방해할까 걱정되기도 해서 손바닥으로 콧구멍과 자발없는 주둥이를 틀어막고 울었다. 울음은 천연기념물 사람의 육성이 마이크를 통해서 나오는 때가 절정이었겠지? 사람은 못 내려오고 목소리만 휴대전화에 담겨 내려온 거였다. “돈에 대한 집착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모든 집착을 다 버린 사람을 절대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오, 아름다운 시여! 위대한 절창! 나 또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과 몸을 내주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대자! 내 마음의 결의가 저절로 똘똘했다.

자, 섣부른 판단을 멀리 던져서 고통을 단호히 벗자. 강정에 군기지가 들어서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것이 자국 보호라는 교묘한 은폐물 뒤에 숨은 강대국의 패권논리라면 우리는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거절하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군기지라고 작은 건물 하나라도 들어서면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이제 그 건물은 차곡차곡 아름다운 제주를 먹어 들어올 것이다. 우리는 저 평택에서, 저 용산에서 이미 너무도 충분히 보았고 알았고 당했다. 더는 아름다운 이 땅에 군기지는 필요 없다. 내 아직 군기지가 전쟁을 막았다는 애기를 들은 적도 없고, 군기지가 사람과 자연을 보호한 예를 보지 못했다. 군기지는 군기지를 부른다. 전쟁을 부를 뿐이다.

나는 단호히 깨닫는다. 사람은 올바를 때 행복하다. 올바를 때 위대하다. 아직도 내 말에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을 위해 외친다. 봐라, 김진숙과 조남호, 두 사람 중에 누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지!

 

 

 

 

 

해군기지 반대농성 현장에 공권력 투입 임박한듯
시민단체·강정마을 주민들 “온몸으로 맞설것” 반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14일 경찰이 서울·경기지역 경찰 병력 5개 중대를 제주로 보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강정마을의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은 “공권력을 투입해 해군기지 반대 농성을 물리력으로 진압하려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지역 경찰 5개 중대 500여명과 물대포차 3대, 진압장비 차량 10대, 대형 버스 16대 등이 이날 제주항에 도착해 서귀포시 지역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안덕면의 한 숙박시설을 오는 18일까지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농성 현장에 경찰 병력을 투입할 경우, 시기는 15일이 광복절 공휴일인 점을 고려하면 16~18일쯤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경찰 병력의 제주 배치는 2006년 10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 때 100개 중대 1만여명을 투입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 야 5당의 제주 해군기지 조사보고서가 나오고 여야가 정치적으로 해결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경찰 병력을 농성 현장에 투입하면 주민과의 충돌 등 불상사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강정마을에서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50여명이 해군기지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경찰 병력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들고 있다. 주민들은 “경찰 병력이 투입되면 온몸으로 맞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제주도의회도 16~18일 해군기지 문제를 다룰 임시회를 열 예정이다.

강정마을회와 해군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진압 작전을 위해 경찰 병력이 제주에 들어오는 사례는 많지 않아 진압과정에서 충돌로 인한 불상사가 우려된다”며 “최근 정치권에서도 해군기지 사업의 절차적 문제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경찰 병력의 제주 투입은 해군과 정부의 과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범도민대책위 등은 현 상황을 ‘긴급상황’으로 규정하고 곧 긴급회의를 열어 경찰 병력의 제주 배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경찰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공권력 투입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이소선씨 긴 잠 언제 깰까…유가협 25돌 ‘조용한 생일’

뇌손상 탓 의식불명 25일째
200여명 모여 “기적 믿는다”

 

» 유가협 초대 회장 이소선(82·전태일 열사 어머니)씨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자식을 둔 부모들의 모임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가 창립 25돌이 됐다. 12일 25번째 생일상을 차린 유가협 어머니, 아버지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숙연했다. 유가협 창립을 이끌었던 초대 회장 이소선(82·전태일 열사 어머니)씨가 여전히 병상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진 이씨는 25일째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쓰러질 당시 30분 동안 심장박동이 멈춰 현재 뇌의 상당 부분이 손상된 상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만일 깨어난다 해도 예전과 같은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처음 입원했을 때 10%에 불과했던 자가호흡이 70%까지 회복됐고, 일주일 전부터는 수액과 함께 코로 연결된 호스를 통해 미음도 하루 4~5번 정도 공급하고 있다. 뇌를 뺀 나머지 장기들의 상태도 괜찮은 편이다.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척박한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오신 그분의 삶이 기적이듯,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적 또한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재단 쪽은 투병생활이 오래 이어질 경우 불어날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고심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현재 할 수 있는 의학적 치료가 많지 않아 병원비가 좀더 저렴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논의중”이라며 “무엇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사회적 관심이 멀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철도웨딩문화원에서 열린 창립 25돌 행사 ‘함께 여는 새날’은 이씨가 참석하지 못해 애초 계획과 달리 조촐하게 치러졌다. 행사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 청화 전 대한불교 조계종 전 교육원장 등 사회원로와 각계 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축사를 통해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김진숙씨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 연대가 필요한 분들이 아직 많다”며 “이소선 어머니께서 빨리 쾌차해서 예전처럼 이 싸움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인 배은심 유가협 회장은 “민주화가 이룩되면 유가협은 사라질 줄 알았는데, 10명으로 시작한 식구들이 점점 늘어 현재 100여명에 이른다”며 “더이상의 희생이 없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참민주정부’를 만드는 것이 유가협의 창립 목적을 다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유가협은 아들·딸을 잃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지난 25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묶은 책을 오는 11월 출간할 계획이다.유선희 기자 duck@hani.co.k

 

 

 

 

 

“강정 주민 후원 해산물, 전국서 주문 몰려”

문정현 신부 단장 군산 ‘평화바람’
판매수익·후원금 1500만원 지원

 

» 한선남(27)씨

강정마을을 돕고 싶은데요. 여기로 주문하면 되나요?”

제주 해군기지 설립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을 돕는 강정평화상단은 피서철로 비수기인 요즘 외려 바빠지고 있다. 정부의 강행 움직임이 급박해질수록 전국에서 주문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달초 상단을 꾸려 한달 남짓 만에 판매 수익금과 후원금으로 1500만원을 모아 강정마을에 지원했다.

상단의 대행수격인 문정현 신부가 강정마을로 아예 입주를 하면서 처음엔 제주도에서 직접 택배로 물품을 보냈으나, 항공운송료 부담이 커 지금은 전북 군산시 옥서면 ‘평화바람’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이곳은 미국 공군기지 주변으로 하루종일 전투기 굉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위한 투쟁을 벌여온 문 신부의 원주소지이기도 하다.

상단에서는 매주 30~50건씩 주문을 모아 한꺼번에 배달을 하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등이 앞장서 전국의 성당에서 들어오는 공동구매 요청이 제법 많다. 물품은 전복젓(200g) 3만원, 조기젓(500g) 1만원, 고등어 1㎏(제주산) 2만3000원, 참좋은소금 1㎏ 2만원, 다시마와 멸치(각 200g) 1만원 등 주로 지역 특산 건어물이어서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있다.

평화바람은 3년 전에도 상단을 꾸려 1300만원을 마련해 강정마을을 도왔다. 실무를 맡은 한선남(27·사진)씨는 “3년 전에 견주면 요즘은 강정마을에 보내는 시민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따뜻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주문하는 후원자들의 전화 목소리에서 ‘강정마을을 돕고 싶다’는 진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씨는 친구들과 함께 공동구매하면 택배비와 포장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권한다. 또 제주도 현지의 강정마을 지킴이 등이 먹을 김치와 쌀 등을 직접 강정마을로 기증할 수도 있고,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등으로 응원글을 남기는 것도 이들과 연대하는 방법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한씨는 “전문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어서 배달 실수를 한 적도 있지만 주문자들이 격려와 용기를 보내줘 힘을 얻는다”며 “강정 주민들에게 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날마다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063)468-0529.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제주 해군기지 공사중단? 여야 서로 ‘딴소리’

민주 “원내대표간 합의”
한나라 “그런 적 없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데 여야가 합의했는지를 놓고 8일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국방부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힌 반면, 한나라당은 합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5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국회 예결위원회에 제주 해군기지 소위를 구성하고,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소위 활동기간에 공권력 투입 등으로 공사를 강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엔 “제주 해군기지 사업이 국회의 예산안 부대 의견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예결위 내에 여야 동수로 소위를 구성한다”고만 나와 있는데 사실은 ‘공사 일시 중지, 공권력 투입 중단’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여야간 합의 정신을 존중해 더이상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예결위 소위를 구성해 검토하도록 했을 뿐, 공사 중단에 합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두아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공사 주체나 법원 등이 결정하는 것이지, 정치권에서 합의하는 건 적절하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가 소위를 구성해 조사 활동을 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그와 상관없이 공사를 계속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합의가 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사 중지가 정부 쪽에 요청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합의문에 못박지 않기로 서로 ‘양해’했는데, 한나라당이 내부 반발을 이유로 합의 내용을 뒤집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원내대표 회담 이후 뒤늦게 공사 중지를 요구하면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야당들은 국회가 2007년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승인하면서 ‘민·군 복합형 기항지’에 대한 연구용역 실시 등 부대조건을 제시했는데, 국방부가 이를 무시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며 공사 중단과 사업 재검토를 요구해 왔다.이지은 황준범 기자 jieuny@hani.co.kr


 

 

 

 

해군기지 반대 주민, 김무성 ‘명예훼손’ 고발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5일 강정마을 강동균회장을 비롯한 주민 10명은 ‘해군기지 저지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북한 김정일의 꼭두각시’라고 발언한 김무성 의원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8일 밝혔다.

마을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저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종북주의자’ ‘북한 김정일의 꼭두각시 종북세력’이라고 발언을 해 강정마을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주민들은 고소장을 통해 “김 의원의 무책임한 발언은 주민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해군기지 반대활동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 자체를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 함정을 파는 군사기지 [2011.08.08 제872호]
[표지이야기] ‘중국과 일본의 위협’ 내세운 군·산·정 복합체의 첫 작품…
중국 vs 한-미-일 ‘대분단체제’의 전초기지 만들 이유 없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가. 필자는 이 문제를 세 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본다.

첫째는 유사시 군사전술적 기능이다. 전술적 기능이란 실제 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 의미가 있다. 전력의 효과적 배치와 작전에서 제주도 해군기지는 이를테면 전진배치의 군사적 이점을 준다. 그러나 오늘날 군사무기의 첨단성을 고려하면 거리상의 이점은 대부분 무의미해진다. 미국에 해외 군사기지는 수만km에 달하는 거리상의 명백한 전술적 이점과 함께 타국, 곧 ‘남의 부동산’에서 전쟁을 치른다는 차원의 지정학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같은 국토 안에서 100km 안팎의 지리적 전진배치로는 별다른 전술적 의미를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미미한 전술적 의의마저 전쟁의 첨단화 추세 속에서 힘을 얻기 힘들다. 또한 우리에게 제주도는 남의 부동산도 아니다. 잃는 것도 많다. 전쟁 상대방으로부터 집중적인 포화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은 상식적인 얘기다. 어정쩡한 군사기지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제주도의 초토화를 초래하는 빌미가 된다. 그러기에 전술적 차원에서 제주도 해군기지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 해군기지가 건설될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일대. 기지 예정지 주변에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한겨레21> 김경호 기자.

군사전술·전략적 역기능 심각

 

둘째는 군사전략적 기능이다. 여기서 전략적 기능이란 전쟁 억지 기능을 가리킨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있어서 외세의 무력도발을 억지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군사적 긴장과 외세의 무력도발을 촉진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크게 주변 외세의 성격, 제주도 해군기지의 운용자인 한국이 속한 동맹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패턴, 그리고 이에 따라 제주도 해군기지가 개입할 이 지역의 잠재적 분쟁 양상에 따라 결정된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의 명분으로 거론되는 ‘제주 남방해역 안보’라는 것은 일견 그럴듯하다. 그러나 사실 제주 남방해역은 동북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그 자체로 직결되는 동중국해의 안정 및 평화와 관련된 영역이다. 그렇지 않으면 해군이 아닌 해경의 관할 영역이다. 어정쩡하게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해 불안과 긴장을 안정과 평화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제주 남방해역’에 이해관계를 가진 외세가 중국과 일본이고, 무엇보다 이 지역 상황이 중국의 이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 남방해역에서 중국·일본과 함께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미국이다. 그래서 그것은 한국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의 문제다. 굳이 한국이 개입한다면 현재와 예측 가능한 미래에는 한-미 동맹 네트워크의 일환으로서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한국의 의도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과 이익에 말려드는 것, 즉 제주도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도구로 구속되는 것을 뜻한다. 이어도의 안전을 거론하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이어도의 문제는 군사 문제가 아닌 외교 문제다. 그것을 군사 문제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사고다. 이어도 문제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문제만큼이나 한-중 간 평화를 기축으로 한 동아시아 평화의 함수다. 제주도 해군기지는 이어도 문제의 군사화를 촉진할 뿐, 그것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일은 없다.


셋째는 군사전략의 영역을 벗어나는, 더 고차원적인 정치전략적 차원의 문제다. 그것은 현재 한국의 가장 절박한 정치전략적 과제에 제주 해군기지가 미칠 수 있는 기능 및 역기능과 관련된다.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절박한 문제는 ‘제주 남방해역의 안보’가 아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평화적으로 매듭짓고 통일된 공동체를 건설하는 일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미국과 함께 소련의 협력이 결정적이었듯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과 함께 중국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 점에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치명적인 정치전략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이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그것이 사실상의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 형태로 작동하고 있는 미국 주도 동맹 네트워크의 최전선 기지로서 기능하게 될 때, 중국은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은 물론 분단의 평화적 관리에 대해서조차 우리의 기대와 다른 전략적 판단과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통일에도 오히려 방해물

 

1990~2000년대 초에 여전히 먼 미래의 일로 비치던 미국과 중국 간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은 거의 당장의 일로 다가서고 있다. 그 가장 치열한 영역이 중국의 대양해군력 건설과 미국의 부단한 군사력 첨단화 추구이며, 그 치열한 마당이 동중국해, 즉 한국 정부가 거론하는 ‘제주 남방해역’이다.

김대중 정권과 뒤이어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해오고 이명박 정권이 강행하려는 제주도 해군기지는 한편으로 육군 중심 군사력 체제에서 해·공군력 증강으로 관심을 옮겨가는 추세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와 군사력 경쟁을 포함한 체제 경쟁에서 남한이 북한을 질적으로 따돌렸다는 인식이 보편화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국의 군·산·정 복합체가 때로는 은근하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지정학적 위협’을 새롭게 운위하면서 국가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배정받아온 과정의 한 표출 양상이다. 그럼으로써 전쟁과 평화에 관한 한국인의 상상 범위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확장시킨 작업의 첫 작품이다.

 

먼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런 방식의 군사 개념 확장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장차 통일된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동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향해 한반도인이 기여할 수 있는 비전과 그 방향감각을 심오하게 왜곡시키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중국 대륙과 한-미-일 군사동맹 네트워크 사이의 ‘대분단체제’는 그 지리적 표상으로서, 중-미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여전히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대만해협과 섬 전체가 군사기지인 오키나와, 그리고 한반도 서해상과 휴전선을 안고 있다. 한국이 동아시아의 정치외교적 비전의 균형자로서 우뚝 설 수 있는 일차적 조건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그에 역기능을 하는 가운데,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군사적 전초기지들의 대열에 제주도를 합류시킴으로써 동아시아 대분단체제가 더욱 촘촘해지는 상황을 촉진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의 공간도, 동아시아 평화에 대한 한국인의 상상력도 대분단의 고리 속에 갇혀 표류할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다.

 

‘동아시아 평화벨트’의 중추로

우리가 꼭 그 길을 가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한국에 제주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자기의 함정을 파는 군사전술적·군사전략적 상상력에 기초한 군사기지가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의 철학과 활동이 숨 쉬고 넘치는 공간을 꿈꾸어야 한다. 군사화된 전초기지들로 구성된 대분단선의 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한반도의 휴전선을 걷어내면서 서해와 제주도를 거쳐서 오키나와와 대만해협의 군사화를 극복해 장차 우리가 만들어야 할 ‘동아시아 평화벨트’의 중추로서 제주도를 위치시켜야 한다. 그제야 동아시아인들 모두에게 전술과 전략이 아닌 평화를 사유하는 철학의 공간, 평화의 섬으로 제주를 가꾸어갈 수 있고, 평화를 위해 군사기지를 건설한다는 논리를 넘어서, 철학을 통해 현실을 바꾸어낼 수 있는 진정한 평화의 실험실을 건설할 수 있다.

 

이삼성 한림대 교수·정치행정학

 

 

 

 

“해군기지 반대 바탕엔 4·3 문제 있어” [2011.08.08 제872호]
[표지이야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함께해온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인터뷰

 
»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한겨레21 김경호 기자
베드로는 예수를 잡아가려는 제사장들 앞을 칼을 빼들고 막아선 제자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베드로 주교(66)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비판해왔다. 2002년 부임한 뒤 제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지난 7월28일 제주시 삼도2동 중앙성당에서 강우일 주교를 만났다.

 

-제주도민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률이 만만찮다. 이유가 뭘까. ‘괸당 문화’라는 말과 달리 의견이 갈린다.

 

=도민이 좀더 주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섰으면 좋겠는데 안타깝다. 국민 모두가 가진 개발지상주의에 제주도민도 물들어 있다. 그동안 도지사들도 끊임없이 제주를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그것으로 실력을 발휘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정말 무엇이 발전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지 않는다. 기적 측면에서 무엇이 도민에게 행복을 가져올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 해군기지 건설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가. 이 사업에 왜 반대하는가.

=바탕은 4·3 사건에 있다. 4·3은 ‘인종청소’에 해당되는 일종의 국가 범죄였다. 국제사회에서는 전범 재판같이 역사를 바로잡는 작업들이 있었는데, 4·3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그런 작업이 없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의 보고서는 역사의 큰 족적이긴 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는 아직도 광주 민주항쟁뿐 아니라 4·3 사건에서 국가 공권력이 큰 희생자를 냈음을 모르고 있다. 자기 역사로 4·3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국가의 범죄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도민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주 도민들이 4·3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해군기지 반대가 4·3 문제의 하나임을 이해해야 한다.

조만간 경찰력을 앞세운 행정대집행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잠시 침묵)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책을 다루는 분들도 결국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이들이니, 국민이 죽음을 무릅쓰고 반대하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행정편의 위주로 일을 처리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

 

-찬성 주민 쪽은 주민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쳤다고 주장한다.

 

=절차를 거쳤다지만 형식적이었다. 실질적인 수렴 과정이 없었다. 반대 주민들도 다 생계가 있다. 그런 분들이 생계를 버리고 달려드는 데는 그만큼 심각하게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은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색깔론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잠시 웃음) (기사를) 봤다. (잠시 침묵) 할 말이 없다.

 

-해군기지 찬성 쪽은 종교계를 포함해 ‘외부세력은 물러가라’고 주장한다.

 

=외부세력이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 그럼 정부나 해군도 다 외부세력이다. 문정현 신부나 기지 반대 활동을 하는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온 게 아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완전히 고립됐을 때 그들을 도왔다. 지금 부산 희망의 버스는 전국에서 몰려들지만 제주는 섬인 탓에 그렇지 못하다. 주류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도 않았다. 아무도 그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과 고달픔에 힘을 주지 못했다. 가톨릭 교회 믿음의 핵심은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나치가 가혹한 행위를 벌일 때 침묵했던 유럽의 종교인들은 지금도 그때의 침묵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제주=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여균동 감독 트위터 영화 ‘수꼴 경계 캠페인’ 화제

» 수꼴경계캠페인

여균동 감독이 4분짜리 트위터 영화 ‘수꼴경계캠페인’을 4일 인터넷에서 개봉해 화제다. 이 영화는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는 한 여성(김작·@yalelucy)을 경찰(맹봉학·@hagmb003))이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수꼴은 ‘수구꼴통보수’의 줄임말이다.

비장한 분위기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형사는 음습한 조사실에서 ‘임영박’이라는 명함을 지닌 한 여성에게 “정말 당신이 맞아? 대신 온 거지?”라고 묻는다. 이 여성이 ‘@2MB18nomA’라고 믿기지 않아서다.

이 여성은 그러나 대답을 회피한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라고 물은 그녀는 “왜 반말이세요?”라고 따진다.

형사는 “왜 굳이 트위터 아이디를 ‘@2MB18nomA’라고 만들었는지, 이명박 대통령을 왜 싫어하는지” 캐묻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다. “구려서요. 못생겼잖아요”라는 대답만 들을 뿐이다.

마지막에 형사가 “추가 아이디가 또 있지?”라고 묻자 이 여성은 잠시 망설인 뒤 속사포처럼 다음과 같은 아이디를 읊는다. ‘@2MB10Jangseng’,‘@2MB18nomi’,‘@2MB10seki’,‘@2MBcibalnomuski’ …

 

이 영화는 “계란, 알바로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계란’은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올리지 않은 이용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트위터 초보자들의 프로필 사진은 보통 계란인 경우가 많은데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용도로만 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통 프로필 사진에 계란만 올려놓는다는 설이 있다.

여균동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그냥 가볍게 트위터 친구들끼리 만든 영화”라고 소개했다. 여 감독은 “촬영은 내가 직접 했고 시나리오, 연기, 편집 등은 트위터 친구들이 각자 분담해 제작했다”며 “총 촬영 시간은 3시간 걸렸다”고 말했다.

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트위터 세계의 표현의 자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싶었다”며 연출의 변을 밝혔다. 실제 트위터 이용자 ‘@2MB18nomA’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접속차단을 당해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영화 2탄도 곧 개봉할 예정이다. 가칭 ‘강정 로맨스’라고 이름붙여진 이 영화는 4일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느닷없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 감독은 “트위터 ‘맞팔 친구’들과 제주 강정마을에 내려갔다가 강정에 있는 사람들과 뜻이 맞아 우연히 찍게 됐다”며 “조만간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재현기자catalunia@hani.co.kr 

 

 

 

 

 

 

[왜냐면] 제주도 평화에 ‘종북’을 색칠하는 이들 / 김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릴레이 기고 ① 김근 시인

 

» <한겨레> 자료사진

7월20일치 <조선일보>는 “해군기지 부지가 좌파단체 해방구로… 30명 때문에 공사 중단”이라는 헤드라인을 단 기사를 게재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종북좌파단체가 주도하고 있고 이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기사(7월5일치 “‘또 하나의 최전방’ 제주도”)에서는 강정마을에 주소를 옮겨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를 “종북 활동으로 유명한 한 천주교 신부”라고 매도하길 서슴지 않으며, “제주가 좌파 종북세력의 투쟁 최일선이 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달 27일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종북주의자 30여명 때문에 중단되고 있다. 평화를 외치지만 사실상 북한 김정일의 꼭두각시 종북세력이 대부분”(<한겨레> 7월28일치)이라며 강력한 공권력 투입을 정부에 주문했다.

한 나라의 언론과 국회의원이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내도 되는지 의문이다. 함께 살자고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이념의 딱지를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북한을 추종하는 일이라고 매도한다면, 이 땅의 국민은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그에 따른 의견을 주장할 능력도 권리도 없는 사람들인지 진정으로 그들에게 묻고 싶다.

강정마을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4년 동안이나 외롭게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해온 주민들의 굳은 의지가 없었다면 어떤 ‘외부세력’의 도움에도 지금 이 싸움을 이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국 해군의 동북아 전진기지가 될 것이 번연한 해군기지로 내주는 대신 아름다운 구럼비 해안을 지키기로 강정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결정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의 말마따나 강정마을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분열과 갈등으로 내몰린 강정마을에서 평화와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되찾고 또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금껏 싸우고 있는 것이다. 4년여 동안 고통 속에서도 버티며 지켜온 주민들의 의지는 무시한 채 ‘외부세력’만이 오직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저들의 억지주장에 욕지기가 치밀어오를 것만 같다. 또한 생명과 평화를 지키고자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외부세력’이 도대체 종북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그들이 지키고 싶어하는 연산호와 붉은발말똥게와 구럼비 해안에 무슨 좌파가 있고 종북이 있다는 말인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용산참사에 대해서도, 4대강 반대운동에 대해서도,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서도 그들은 똑같은 얘기를 해왔고 또 하고 있다. 분단 이후 지겹도록 듣고 또 들어온 이야기지만, 문제는 그들이 이념공세를 펴는 강정마을이 제주도라는 사실이다. 평화의 섬 제주도의 평화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 땅의 위정자들조차 60년 동안이나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4·3 항쟁의 피와 고통의 세월 위에 제주도의 평화는 있다. 확인된 숫자만 1만4000여명에 이르는 4·3 항쟁의 희생자들이 실상은 이념과 무관하게 죽어간 이념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직도 곳곳에 4·3 항쟁의 상흔들이 남아 있는 그런 제주도에 또다시 이념으로 색칠을 하려 하다니. 적어도 제주도에는 그러면 안 되지 않는가.

<조선일보>의 안보상업주의가 낳은 종북이니 좌파니 하는 말들이 이제는 습관처럼 여겨져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로 인해 행여 여태 아물지 않은 60여년 세월의 상처들이 다시 덧날까봐 나는 두렵다. 또다시 강정마을에서 지켜내고자 하는 제주의 평화가 얼토당토않은 이념공세의 소용돌이에서 희생당하는 일은 결코 없기를 나는 바라고 바란다. 이런 진부한 이념공세가 아직도 이 땅의 정의로운 목소리들을 틀어막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진정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서귀포시, 정부 압박에 무릎
주민출입 막고 공사 속도낼듯

 

제주 서귀포시가 29일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잇는 ‘농로’에 대한 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의 용도폐지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해군이 국유지인 강정동 5632-1 1068㎡ 등 3필지 5842㎡의 농로를 폐쇄하고 주민 출입을 통제할 수 있게 돼 공사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거듭돼 온 정부의 ‘농로’ 용도폐지 권고를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거부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7일을 권고 수용의 최종기한으로 정하고,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형사처벌과 징계를 거론하는 것은 물론 제주도에 대해서까지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서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서귀포시장은 다른 기초자치단체장과 달리 선출직이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임명하는 임명직이다.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이번 결정에 대해 어떠한 비난을 하더라도 달게 받고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고 밝히고,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여러분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고 시장은 “제주도와 도의회가 27일 정책협의회를 열고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의 틀을 마련하기로 합의하는 등 평화적 해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공권력 투입은 자제돼야 하며, 결코 해결 방안이 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농로 용도폐지는 대규모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서귀포시의 결정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해군의 공사 강행으로 불상사까지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뭍에서 온 응원꾼들 바위처럼 ‘평화 배수진’

한겨레in] 제주 강정마을의 분노 ③ 구럼비 바위의 꿈

강정마을 앞바다의 아침은 고요하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몇몇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구럼비 바위 끝으로 걸어간다.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본다. 10여명은 나무판자로 짠 무대 위에 맨발로 올라 100배를 올린다. 바위 치는 파도 소리는 오직 은은할 뿐, 그들의 명상과 기도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강정천 계곡에서 몸을 씻거나 구럼비 바위 틈 용천수에 얼굴을 닦는다. 톱밥 뿌린 친환경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차양막으로 둘러친 공동식당에서 친환경 채소와 갓 잡은 생선으로 밥을 먹는다. 한끼 30~50인분의 쌀과 부식은 전국의 이름없는 시민들이 보내준다.

7월 들어 일부 정치인·언론은 “외부 종북세력이 강정마을에 버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럼비 바위 근처 농성장에 가면 그 세력의 실체를 알 수 있다. 바위 근처 300여m에 걸쳐 크고 작은 텐트 10여개가 있다. 강정마을에 하루 이상 머무는 사람들의 숙소다. 일부는 마을회관 등에서 잠을 잔다. 7월 들어 새로운 텐트가 계속 생기고 있다. 대부분 1인용 텐트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직접 들고 왔다. 한달 전, 주민들은 비닐하우스 3개를 이어붙여 대형 텐트를 만들었다. 텐트를 챙기지 못한 ‘외부 세력’을 배려했다. 외지인들이 밥을 먹는 공동식당도 마을 주민 김종환(55)씨가 운영한다.

구럼비바위 근처 농성텐트엔 시민·활동가·외국인 잇단 발길
전국으로, 해외로 소식 전하며 투쟁하는 주민들과 마음 나눔

» 지난 25일 낮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 모습. 주민들과 시민활동가들이 세운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서귀포/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7월28일 현재 60~80여명의 ‘외지인’이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바닷가 텐트에서 먹고 자고 명상하며 토론한다. 그들은 강정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산다. 26일 기독교 대학생 동아리 회원 17명이 사흘 예정으로 구럼비 바위에 왔다. “우리는 오직 평화롭게 지내야 합니다.” 대학생들은 김종일 전 평통사 사무처장의 당부를 주의깊게 들었다. 28일 낮 20대 여성이 마을을 찾았다. “강정마을 주민이 되려고 해요.” 그는 마을회관을 찾아와 말했다. 대구 출신의 그는 마을 소식을 외부에 전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자처했다. 여성단체가 기증한 천연 모기퇴치제를 뿌리며 그 역시 고요한 아침을 텐트에서 맞을 것이다.

마을에 머물고 있는 외지인 가운데 시민단체 상근자는 10여명이다. 나머지는 평범한 시민이다. 유동인구가 많아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일주일 이상 머무는 사람 30여명, 사나흘씩 머물다 떠나는 사람 30여명, 하루 단위로 잠깐 방문하는 사람 20~40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들 대부분은 언론·인터넷·트위터 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를 접하고 스스로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직업은 대학생, 교사, 주부, 화가, 영화감독 등을 망라한다.

외국인들도 구럼비 바위로 온다. 왕유촨(26)씨는 대만인이다. 한국인 친구를 통해 강정마을을 알게 됐다. 타이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7월 초에 강정마을에 왔다. 9월 말까지 머물 생각이다. 그의 얼굴은 이미 까맣게 그을렸다. 토요일 밤마다 구럼비 바위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를 좋아한다. 그는 대만의 2·28 사태를 이야기했다. 1947년 2월28일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2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 사건을 공부하면서 전쟁과 평화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강정마을을 보며 대만 2·28 사태를 떠올린다.

“외부 종북세력”으로 매도당하는 그들의 참여는 지친 주민에 활력
평화 위한 순례자들은 오늘도 “생명 꿈꾸는 강정마을” 염원

25일 강정마을에 온 데이비드 바인 미국 아메리카대학 교수(인류학)는 공동텐트에서 사흘을 묵었다. 세계 곳곳의 미 해군기지를 찾아다닌다는 그는 “미 해군이 폭력적으로 자리를 잡는 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저항하는지 기록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강정마을 소식을 외교전문 웹사이트 ‘포린폴리시 인 포커스’(www.fpif.org )에 기고할 예정이다. 28일 밤에도 정치학·인류학·환경학 등을 전공하는 미국인 교수 4명이 강정마을을 찾았다. 외국인들은 육지의 한국인들보다 더 빨리 강정마을 주민과 한마음이 됐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세계 평화단체를 중심으로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오전 천주교 제주교구 신부들과 문정현 신부(단상 맨 오른쪽)가 제주 서귀포 해군기지 예정지인 구럼비 바위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올리고 있다. 서귀포/김태형 기자

강정마을을 향한 본격적인 순례는 지난봄 시작됐다. “4년에 이르는 긴 투쟁으로 주민 대부분이 주눅들고 침체하여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봄부터 새로운 활력이 생겨났다”고 강동균 마을회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3월1일 도법 스님이 강정마을에서 ‘생명평화순례’를 시작했다. 뒤이어 설치미술가·다큐제작자·소설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강정마을을 찾았다. 그들의 글과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번졌다. 시민들은 강정마을 주민을 후원하는 트위터모임인 ‘강정당’을 만들었다. 4월부터는 직접 마을에 찾아와 머물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기지 건설을 맡은 해군기지사업단 주요 인사는 대부분 제주 출신이다. 뭍사람을 불신하는 제주도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대부분 육지에서 왔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그들과 어울려 매일 밤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뭍사람과 섬사람을 구분하는 제주 특유의 정서는 강정마을에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김종일 평통사 사무처장은 “처음에는 (외지인이라며) 경계하는 이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해군기지를 절대로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결정을 내리면 당연히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구럼비 바위에 둥지를 튼 사람들은 ‘부안 방폐장 거부 운동’을 자주 입에 담는다. 전북 부안에 방폐장 건설을 강행하려던 정부는 지역 주민의 반발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들여 다시 전국적인 여론 수렴을 거쳐 방폐장 터를 경주로 옮겼다. 지역 주민이 반대하고 평화·생태의 미래가치에 걸맞지 않다면 대형 국책사업 역시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다.

그런 것까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저 구경하고 놀다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8일 오후 구럼비 바위 근처 나무벤치에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앉았다. 달랑달랑 발을 흔들며 노래 불렀다. “여기는 강정, 생명 푸른 마을/ 두리둥실 한마음으로 살리세.” 아이는 서귀포 남원읍에 산다. 강정마을 주민이 아니다. 30대 후반인 엄마 손을 잡고 매일 구럼비 바위에 온다. 엄마가 농성자들에게 줄 음식을 만들면,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강정마을 노래’를 부르며 논다. 강정마을 주민이 아니라 해도 그 노래를 부를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끝> 서귀포/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곽영신 민보영 인턴기자


야당, 공사중단뒤 민-관기구서 논의 추진

5당 석달간 현장·자료조사
다음달초 보고서 발표예정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은 8월 초 ‘제주 해군기지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 시민들이 모여들던 지난 4월, 한나라당을 제외한 각 정당은 해군기지 진상조사단(단장 이미경 의원)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현장 및 자료 조사를 벌였다.

보고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지 건설의 절차상·내용상 흠결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책임 회피로 인해 갈등이 증폭했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해군력 증강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확고한 증거가 부족하고 △강정마을에 대한 과학적 입지 조사가 결여되어 있으며 △포구가 협소한 강정마을은 오히려 전략기지 터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대안에 대해서는 조사단 내부에서 막판까지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기지 주요 쟁점을 논의·합의하는 민관 합동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를 중단하자는 것에는 대체적인 동의를 이뤘지만, ‘제대로 된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최종 결정하자’는 의견과 ‘기지 건설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의견 사이에서 절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게 조사단 관련자들의 증언이다.

뚜렷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치권에 비해 강정마을은 하루하루 긴박하다. 고유기 제주참여연대 사무처장은 “29일께 서귀포시가 중덕해안 농로를 용도폐기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지 터인 동시에 농성장인 구럼비 바위에 이르는 농로는 하나뿐이다. 이를 용도폐기하면 주민 출입이 불가능해진다. 고 처장은 “이르면 다음주에 농로 출입을 막고 기지 부지 전체를 둘러싸는 펜스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을 분위기는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올해 68살인 주민 김기혁(가명)씨는 “우리가 가진 것은 몸뚱이밖에 없으니, 그냥 땅바닥에 드러눕고 경찰에 끌려가고, 풀려나오면 다시 공사장에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귀포/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사설] 강정 해군기지 논란, ‘민주주의 회복’이 관건이다. 등록 : 20110728 18:56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의 시비를 일도양단하기란 쉽지 않다. 평화의 섬을 추구해온 제주도, 특히 절대보전지역인 강정마을군사기지를 설립하는 건 결단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통상국가인 한국이 요충지인 제주도를 활용하는 문제를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도 힘들다. 게다가 기지를 설립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다. 그러나 강정마을에 기지를 건설하기까지의 과정은 비민주적이었고, 독단적이었으며, 폭력적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엊그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뒤늦게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제주도 차원의 논의의 틀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이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제주도 기지 건설 문제는 사실 오래전에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없었다. 그저 통상국가로서 생명줄과도 같은 동중국해-남중국해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의 안정적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만 거두절미된 채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일본과 중국 등 강대국이 대치하는 곳에서 우리 해군기지가 얼마나 균형자적 기능을 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 기지가 미군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이용될 경우, 제주도는 분쟁의 화약고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4·3 비극을 경험한 제주도로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일부 주민을 회유하고 매수한 뒤 단 5%의 찬성하는 주민만을 불러모은 주민총회를 근거로 토지 수용을 강행했다. 그러니 90%에 이르는 주민이 좌시할 리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을 구속, 수억원대 손해배상소송, 업무방해 형사고발 등으로 제압하려 했다. 이제는 공권력으로 진압하려 하고 있다. 그야말로 4·3 항쟁의 축소판인 것이다.

이제 선택은 하나다. 지난 4년 허송세월한 책임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가폭력을 자행한 정부에 있다. 이제부터는 제주도와 주민들의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을 지켜보며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설득하고 이해시킬 순 있겠지만, 공권력을 앞세워선 안 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의 말처럼 “더 강한 민주주의와 관용”만큼 강한 것은 없다. 기지 건설 반대를 김정일 꼭두각시라는 식으로 단죄하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과 같은 발상은 노르웨이 학살범 브레이비크가 꿈꾸는 국가주의 사회를 만들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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