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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비혼 여성 40여명 고충 토로 집담회

by 아프로뒷태 2014. 11. 6.

[한겨레]비혼 여성 40여명 고충 토로 집담회

서울 은평구에서 7년째 월세 세입자로 살고 있는 김세영(26)씨는 "내 생애 최악의 집주인과 대치중"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 다섯 번째 월셋집으로 이사했다. 중년인 남성 집주인은 입주 초기에 예고 없이 집을 찾아왔다. 이사 선물이라는 화장지가 손에 들려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돌아가던 집주인의 입에서 아무 맥락 없이 "사랑한다"는 '느끼한' 말이 튀어나왔고, 이 말을 들은 김씨는 경악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집주인과 마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예고 없이 찾아와 "사랑한다"
80세 할아버지는 "미스김"
여성이라 얕봐 설움 두배
누수에 방음 안되는 '고장난 집'
집주인에 쉽게 말도 못하고…


지난겨울, 김씨 방 벽에 커피색 무늬가 생기기 시작했다. 손으로 눌러보니 고인 물이 쭉 흘러나왔다. 누수였다. 벽에 큰 금이 가 있었다. 별수 없이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수리는 아직까지 안 되고 있다.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들은 모두 명절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당신만 보내지 않았다'고 하더라." 김씨는 혹시 그 때문은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

대학생 김수정(24)씨는 "4년간의 전쟁이었다"며 셋방살이 경험을 전했다. 김씨는 "80살 할아버지가 집주인이었는데 나를 늘 '미스 김'이라고 불러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어느 날 한 달 수도요금이 5만원이나 나왔다. 다음달에도 같았다. 김씨는 사용량보다 많은 요금이 나왔다며 수도 점검과 수리를 요청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집주인은 내 요청을 귓등으로 흘렸고 몇 달이 지나갔다. 결국 친한 교수님께 요청해 함께 집주인을 찾아갔다. 그러자 집주인이 곧바로 수리기사를 불러 고쳐줬다."

김씨는 "셋방살이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권력관계 외에도 남성과 여성, 나이 많은 사람과 나이 어린 사람이라는 권력관계가 작용한다"고 했다.

4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민공간 나루'에 1~17년차 비혼 여성 세입자 4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열린 '내가 사는 그 집' 집담회에서 셋방살이의 고충을 털어놓고 경험에서 나오는 정책 대안도 제시했다. 집담회 내내 집주인의 횡포에는 경악하고, 내 집 없는 설움에는 공감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집주인뿐 아니라 '집 자체'가 셋방살이를 더 힘들게 한다며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 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월셋방에서 7년째 살고 있다는 윤아무개(39)씨는 '고장난 집' 때문에 생필품이 돼버린 물건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싱크대에서 악취가 심하게 올라와 베이킹소다를 하루도 빠짐없이, 한달에 3㎏씩 뿌려야 합니다. 또 천장이 얇은 합판으로 된 집이라 층간소음이 심합니다. 귀마개가 필수품인데 소모품이라 2주일마다 새것으로 교체하죠. 습도계와 제습기도 필수품이에요. 실내 적정 습도는 40~60% 정도라는데, 제 방 습도는 늘 80% 수준이기 때문이죠."

대학생 안현경(22)씨는 '가벽'으로 인한 소음으로 고통받는 친구 얘기를 들려줬다.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갔는데 옆방 전화 통화 소리는 물론 음식 준비하는 소리까지 들렸어요. 심지어 음식 냄새까지 넘어와요. 합판으로 만든 가벽으로 방 하나를 두 개로 만든 구조였어요. 친구는 스트레스 탓인지 눈병까지 생겼어요."

셋방살이도 관록이 붙는다. 17년차 세입자 박하윤경(40)씨는 '고참'다운 조언을 내놨다. "집을 구할 때는 수돗물 수압, 곰팡이, 해충, 채광, 통풍, 방음 등을 반드시 살피고, 이 중 우선순위를 정해 계약을 해야 합니다. 집주인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다른 세입자들과 평소 친분을 두텁게 쌓아놓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민우회는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살아봐야 아는데, 살고 나면 뒤통수 맞는 월셋집'이라는 문제의식을 책으로 묶어냈다. 집 구하기부터 집주인과의 분쟁 등 셋방살이 전과정에 대한 실질적 조언을 담은 '세입자 안내서' <새록세록>을 만들었다. 권박미숙(32) 활동가는 "주거약자인 월세 세입자들은 누수, 부실한 난방, 악취 등 일상적인 주거문제에 맞닥뜨린다. 특히 늘어나는 1인 가구의 한 축인 비혼 여성들은 집주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설움을 겪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월세 대출 신설 정책은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뼈 빠지는 세입자들에게 월세 대출금까지 갚으라는 이중고로 몰아넣는 대책일 뿐이다. '복불복'으로 집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득에 적정한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최저주거기준'이 아닌 '적정주거기준'을 갖춘 집을 원한다"고 했다.









세입자는 영원한 '을'…전세난민 분투기 2014-11-05 07:00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메일보내기 
  

5년째 오른 전셋값…무대책 정부에 가계 '휘청'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체신동에서 전세 9,000만 원짜리 다가구 주택에 사는 미혼여성 최모(39) 씨.

최 씨는 최근 전세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이 3,000만 원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자 읍소 끝에 2,000만 원 인상으로 겨우 합의했다.

인근 시세는 이보다 훨씬 높고 그나마 물량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그로선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집주인을 피해 다니며 죄지은 듯 지내야 했던 기억에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6개월 안에 3,000만 원을 구해야 하는 거예요. 이미 전세자금 중에 절반은 대출인 상황에서. (궁여지책에) 1년 동안 불안하게 부동산업자 피해 다니면서, 집주인 전화 피하면서 살았죠."

최 씨는 그나마 2,000만 원을 추가대출 받기 위해 찾은 은행에서도 을의 비애감을 맛봐야 했다.

금리 인하로 대출은 어렵지 않았지만 은행은 대신에 적금 가입 등의 '꺾기'를 종용했다.

"세입자는 영원한 을일 수밖에 없겠다, 갑을병정 중에 가장 밑에 있는 위치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상식적으로, 돈 없어서 대출받는 사람이 적금 들 여유가 있겠어요?"

4년 전 인근 반지하 월세방에 살던 때는 더 암울했다.

여름철 폭우로 침수가 되는 바람에 한동안 친구 집이나 찜질방 신세를 졌지만 집주인은 월세를 한 푼도 깎아주지 않았다.

계약만료 후 퇴거할 때 이를 따졌지만, 여자라고 만만히 봤는지 집주인은 한참 승강이 끝에야 '모욕적'으로 돈을 돌려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받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적어도 당신 이러면 안 된다는 것 보여주려고 했던 건데…근데 '적선하는 셈 치고 옜다 30만 원' 이런 식으로 나왔어요. 이렇게 비애감과 비굴함을 느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2년 사이에 4,986만 원 올랐다. 최 씨보다 고소득층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상승세는 최근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초부터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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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3주 연속 상승폭 둔화…전세 상승폭 확대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2009년 1월 72.1을 기록한 이후 거의 쉼 없이 올라 지난달에는 111.9에 달했다.

'전세난민', '미친 전셋값'이란 말은 이미 그때부터 나왔는데도 정부는 내내 뒷짐만 지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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